(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답보 상태가 길어질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운신의 폭'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21일 미 연준이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며,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75bp다. 한은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00bp 이상 벌어지면 부담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겨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한국도 떠밀리듯 한 차례 정도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던 근거다.

이 총재의 '운신의 폭'은 연준의 완화적 기조 전환으로 한은이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표현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적어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차단됐다고 평가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bp가량 하락했다. 국고채 10년 이상 장기물은 4bp 넘는 하락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로 한은의 향후 방향성은 인하 쪽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이 총재는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다"며 "그 정도를 조정하는 건 입수되는 통계 데이터에 달려있다"며 "미국이 당분간 관망 기조로 가기 때문에 경기 흐름을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월 경기선행지수가 21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시장참가자들도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 연속 개선됐고,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도 8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큰 축인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20일까지의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4.9% 줄어들었다. 반도체와 중국 부진 영향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중국 경기 우려를 두 번이나 언급하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한은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데다 금융 불균형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미 연준의 스탠스 변화로 한은은 떠밀리는 금리 인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은이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지표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톤에 변화는 없을 것 같고, 적어도 7월 경제전망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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