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주식시장이 환호하지 못한 것은 기이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분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기존 2회에서 1회로 낮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올해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보다 다소 우세했었다.

하지만 간밤 발표된 점도표에서 '0회 인상'을 점친 위원이 17명 가운데 11명으로 지난 12월 2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금리 인상 중단이 위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 됐다는 의미다.

이어 연준은 올해 9월 말까지 보유자산 축소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와 같은 연준의 명확한 변화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여파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출렁댔다.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강한 하락 압력을 받아 2.52%대까지 밀려 1년 2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늘어나 달러당 엔화 가치가 110엔대 중반으로 3주 만에 최저치(엔화 가치 기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나친 금리 하락에 미국 증시는 어중간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중 상승 전환을 시도하는 듯 했으나 연준의 지나친 완화적 태도가 경기둔화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속에 결국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신문은 금리 하락세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연준의 의도가 미국 주식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FOMC의 포인트는 중립금리 대리 지표인 '정책금리 장기 전망치'가 2.75%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이후 시나리오를 보면 금리 인상은 내년 1회로, 금리 수준은 2.6%를 조금 넘는다.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메시지로, 니혼게이자이는 비둘기파적인 스탠스 중에서도 특히 강한 '경기자극형' 정책 시나리오라고 해석했다.

또 신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중단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하지 않는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연준의 비둘기 변신이 이와 같은 위기감에 따른 것이라면 '버블을 허용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둔화를 방지한다'는 자세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 증시에 나쁜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와 같은 점에서 채권시장의 반응도 의아하다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을 높이거나 일종의 버블을 용인한다는 자세는 장기 금리 하락을 어렵게 해 '커브 스티프닝(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말 15bp 수준에서 12bp 수준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신문은 연준의 정책에 솔직한 반응을 보여온 채권시장도 연준의 의도를 읽어내는데 지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주식시장이 일시적 하락에 그쳐 '비둘기 연준'에 의해 상승세를 그릴지, 아니면 금리 하락으로 파급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길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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