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 면모를 확실하게 드러낸 데 따라 '금리상승 위험 제한' 주택담보대출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 확률이 매우 낮은데 가산금리를 내면서까지 금리상승 위험 제한 대출을 받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SC제일, IBK기업, 씨티, SH수협, 부산, 대구, 광주, 전북, 경남, 제주 등 15개 은행은 지난 18일 월 상환액 고정형·금리상한형 등 2종의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월 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상환액이 증가할 경우 원금상환액을 줄여 월 상환액을 최대 10년간 유지하고, 잔여원금은 만기에 정산하는 대출 상품이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향후 5년간 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p), 연간 1%p 이내로 제한하는 대출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은행 영업점에는 문의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더 얹어주면서까지 금리상승 위험 제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지난해 상품이 기획됐을 때 바로 출시했다면 인기를 끌었겠지만 현재는 상품 성격이 시장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상품 모두 위험을 대비하는 대신 각각 0.2~0.3%p, 0.15~0.2%p의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거래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전체적인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리상승 위험 제한 주택담보대출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저금리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주담대 금리(가중평균)는 전월보다 0.07%p 하락했다.

연준이 비둘기파 면모를 확실히 드러내며 저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연준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2.25~2.50%로 동결하면서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존 입장을 전격 철회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금리 상승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1%p 이상 금리가 올라야 소비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찾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코픽스 기준으로 2016년 금리 저점 시기부터 최근까지 상승 폭은 0.7%p 정도에 불과하다"라며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매우 급격한 금리 상승을 가정하고 만든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의미 있는 규모의 대출이 실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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