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변동성지수 역사적 저점 경신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채권 투자자들이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며 이는 위험한 신호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진단했다.

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이날 기고문에서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이 3개월 전 당혹스러울 정도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 이후 연준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고 경제와 물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해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며 "그들은 대단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분위기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보면 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고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대차대조표 긴축을 계획보다 일찍 종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연준의 결정 이상으로 과하게 반응했다고 매킨토시는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가 산출하는 무브지수(MOVE)의 1개월과 3개월, 6개월 수치는 이번 FOMC 회의 이후 신저점을 경신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국채시장이 평온했을 때보다도 수치가 더 낮은 상황이다.

BAML의 무브지수는 미국 국채 옵션가격을 기초로 국채가격의 내재변동성을 산정하는 지수다. 이 지표가 신저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채권가격 급변 때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을 포기할 만큼 방향성과 안정감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의 내재변동성이 낮아지면서 다른 주요 통화의 가격변동 기대감도 낮아졌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와 유로화의 내재변동성은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미국 국채 투자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며 "지난 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변했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불과 3개월 전 미국이 경기침체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며 주식을 내던졌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6%까지 급락했다. 그 전 3개월은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신고점을 경신하는 한편 10년물 금리는 3.2%를 돌파하기도 했다.

매킨토시는 "이런 급격한 변화는 앞으로 몇 달 사이에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며 "두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는 물가가 다시 강하게 오르면서 민간 임금 상승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면서 시장은 실업률과 물가 간의 상관관계, 이른바 필립스 곡선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노동 인력 부족으로 임금상승 압박을 받는 만큼 임금상승이 물가로 전이된다는 어떤 신호라도 포착되면 투자자들은 지체 없이 채권을 던질 수 있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준은 이제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은 경기침체 불안감이 다시 도지는 것이다.

매킨토시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난다면 투자자들은 현재 기준금리 상황이 연준의 부양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침체 초반의 금리 수준보다 현저히 낮다"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