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지만 '위험한 순환 고리(dangerous feedback loop)'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경제 상황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신흥국 경제가 건전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SJ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 신뢰의 문제점은 기만적인 평정심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달러화가 절상되거나 현금이 유출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이런 사실을 새로이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BIS가 멕시코의 비금융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때 글로벌 투자자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금리로 달러화를 빌리고 고금리 페소화 대출에 나서며 차익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보통 투기 목적이 아닌 글로벌 자금 접근성이 약한 사업 파트너에 신용을 확대해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 기업들은 사업 관계를 지키기 위해 빌려준 신용을 회수하기보다 투자를 줄여 손실을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작년 여름처럼 환율이 변동성을 보일 때 이처럼 국가의 장기 생산성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절하되면 수출품 가격이 낮아져 가난한 국가들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반하는 결과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이번 주 BIS가 발표한 다른 보고서는 신흥국 국채 투자자들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때 현지 통화 채권을 살 때도 보상을 더 적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WSJ은 이는 근시안적인 견해라면서 달러화 약세가 신흥국 신용확대로 이어져 신흥국을 실제보다 더 견조해 보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에 크게 주목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자금 유출입보다는 경제 개선이나 위기가 신흥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의 결과라고 잘못 해석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에 투자자들이 이익을 내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취약할 수 있다는 위험이나 달러화 강세 회귀 가능성에 대해 심드렁해서는 안 된다고 매체는 경고했다.

저명한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금융시장이 심리와 현실 사이의 순환 고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재귀성(reflexivity)'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이런 재귀성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고 매체는 꼬집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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