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진칼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제안했던 주주제안을 삭제하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이 한진칼이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 인가 결정' 항고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29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조건부 상정한 KCGI측 주주제안을 안건에서 삭제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사 특례요건에 따라 6개월 이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한진칼의 항고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한진칼이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KCGI측 주주제안을 조건부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면서 "서울고등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 줄 경우 KCGI 주주제안은 주총안건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직접 이행하는 셈이다.

KCGI는 감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총 7건을 주주 제안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과 한진칼의 결정에 대해 KCGI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효과적인 견제와 감시가 어려워지게 됐다"면서 유감의 뜻을 피력했다.

KCGI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 주주들은 그 지분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6개월의 보유 기간이 경과되지 않으면 주주제안, 주주총회 소집 청구 등 각종 주주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다"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가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한진그룹 지배구조개선이라는 염원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으나, 거대 재벌의 힘 앞에서 주주제안조차도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며 "한진그룹의 신속한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정상화를 기대했던 주주, 직원 및 고객들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금번 주주총회에서 KCGI의 주주제안 안건을 통한 효과적 견제와 감시는 어려워지게 됐다"며 "나머지 역할은 연기금과 기관, 개인 등 대주주를 제외한 71%의 모든 일반 투자자에게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KCGI는 "이번 판결로 12.8%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임에도 사외이사 한 명조차 추천할 수 없게 됐다"며 "이번 주주제안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비용이 낭비되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및 법 제도의 문제점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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