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사회를 거쳐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각각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의 막이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이끌며 책임경영 체제를 본격화하는 한편 미래자동차 기술혁신 추진과 그동안 중단됐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는 22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현대차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지난 15일 기아차는 비상근이사였던 정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서 장악력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과 공유경제 관련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한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의 전환 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개발을 직접 지휘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3년 투싼 FCEV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FCEV 전용차인 넥쏘를 론칭하는 등 수소차 시대를 개척했다고 평가된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주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19일 인도의 우버로 알려진 올라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억달러(약 3천384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현대차는 국내 메쉬코리아와 미국 미고, 중국 임모터,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에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두고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작년 5월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제동으로 계획안을 전면 철회한 만큼 이번 결과는 설욕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악연은 이날 주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도 주총에 대한 논평을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제출한 주주제안에 대해 지지한 독립 주주 여러분들께 감사한다"면서 "점점 늘어나는 독립된 투자자들, 변화를 지지하는 시장과 투자자 커뮤니티의 의견을 고려하면 향후 현대차그룹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중단된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숙제로 남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엘리엇의 벽을 다시 넘어야 하는 처지다.

물론, 현대오토에버가 상장(IPO)을 앞둔 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주식의 19.4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이번 상장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그룹 경영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일반 주주들의 지지에 대한 낙관적인 가정으로 지배구조 변경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이 핵심 지배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획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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