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경기침체(리세션) 공포에 위험자산 회피가 짙어진 가운데 터키 리라 가치가 큰 폭 떨어졌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2일 오후 2시 30분 달러-리라는 5.7460리라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5.16%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유로-리라 역시 4.3% 상승한 6.4927리라를 기록 중이다. 최근 5개월 동안 가장 높다.

달러-리라, 유로-리라 환율이 오르면 리라 가치는 떨어진다.

터키 리라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은 없었던 만큼, 이런 흐름은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터키 리라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8% 가까이 떨어졌고, 유로에 비해서는 6% 이상 하락했다.

이번달 초 발표된 터키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보면 터키는 지난해 4분기에 기술적인 리세션에 진입했다.

지난해 여름 터키는 통화 위기를 겪었다.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면서 리라화 가치가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웠다.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0월 25% 이상으로 오르며 최근 고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했지만 2월 19.7%로, 아직 두 자리대를 유지하고 있다.

터키 경상수지 적자는 개선됐지만, 금융계정은 악화했다. 게다가 터키 금융시스템은 부실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터키 내에서도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져 터키가 점점 더 달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터키인들이 리라를 미국 달러로 바꾸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리라에 하락 압력이 된다.

리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머징마켓 통화도 하락하고 있다.

달러는 브라질 헤알화에 2% 이상, 아르헨티나 페소에 2%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 루블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 멕시코 페소 등도 달러 대비 1% 이상 내렸다.

TD 증권의 크리스찬 마지오 이머징마켓 전략 대표는 "달러-리라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장에서도 계속 올라 터키 중앙은행에 특히 경고가 될 것"이라며 "터키 은행들은 달러-리라를 잡아두려고 계속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여건을 이유로 1주짜리 레포 입찰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입찰 중단은 없었다.

중앙은행의 1주일 레포 입찰을 통해 시중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할인해 재매입한다. 이를 통해 은행 시스템 유동성을 높이다. 입찰을 건너뛰면 유동성은 더 메말라진다.

마지오 대표는 "레포 입찰이 계속 중단된다면 터키의 가중평균 비용이 150~300bp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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