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농협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 경고에도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를 과다 지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농협금융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농지비가 과도하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올해 농지비도 예년처럼 3천8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1개월간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농협의 과도한 농지비를 지적하고 합리적인 분담금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지비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만큼 종합검사 때 그 현황을 파악했다"며 "계열사에서 당기 손실이 나더라도 농협중앙회에 농지비를 부과해야 하는 경우를 비롯해 분담금 편성·운용과 관련한 불합리성을 확인했고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지주의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초에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NH농협은행·생명·손해보험 등 농협금융 계열사는 직전 3개년간 연평균 매출액의 최대 2.5% 범위 안에서 농지비를 내야 한다. 연평균 매출액 10조 원 이상인 회사는 1.5~2.5%의 분담금 부과율을 적용하고 3조~10조원인 회사는 0.3~1.5% 미만, 3조원 미만은 0.3% 밑으로 내려간다.

금감원은 이 같은 금액 설정 구간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고 봤다. 회사의 매출액이 낮으면 낮을수록 분담금 부과율은 해당 구간의 하한선에 도달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매출액이 줄어들어도 오히려 상한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출액이 반드시 당기순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계열사에 당기 손실이 나더라도 중앙회에 수백억 원의 농지비를 내야 하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봤다.

농지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업지원사업비가 과도하다"고 말하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공감한다. 건전성에 위협이 가지 않는 적정 수준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3월 신경분리 이후 지난해까지 농협금융 자회사가 중앙회에 지급한 명칭 사용료는 총 2조3천19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3천858억 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농협 측은 올해 농지비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지비는 농협법에 따라 협동조합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내는 비용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기업들의 브랜드 사용료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설립 취지부터가 농민의 복지 향상과 농업 발전인 만큼 일반적인 상법상 회사와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올해 농지비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산지 유통 활성화나 농·축협 조합원의 지도·지원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10~11월 '농업지원사업비 운영협의회'를 통해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납부해야 할 농지비 금액을 결정한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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