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항공주 수난 시대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대한항공도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항공주는 앞으로도 주가 하락 모멘텀이 더 강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보잉 737맥스 기종 추락 사고와 유가상승 전망 등 대형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오너 일가들의 후진적 경영행태가 항공주 부진의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두 항공사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한 지난 수십년동안 국내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렸다. 최대의 항공시장인 중국과 인접했다는 행운도 뒤따랐다. 덕분에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월30일 3천36원에 불과했던 대항항공 주가는 2007년 11월30일 마감가 기준으로 7만9천395원까지 치솟았다. 후발 주자인 아시아나항공도 2008년 10월28일 2천3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2011년 2월15일 1만2천500원을 찍는 등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두 항공사는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시절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추가성장 동력을 찾는 데도 실패했다.대신 재벌 2세와 3세인 오너 일가들은 제왕적 지위를 누리며 후진적 갑질 경영 행태만 되풀이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급기야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까지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말 기준 차입금이 4조원에 육박하는 등 무리한 차입경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경색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항공주의 퇴행과 달리 메리츠금융그룹의 약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한진그룹에서 분가한 뒤 전문가 영입과 위탁 경영 등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한진증권에서 2000년 3월 간판을 바꿔단메리츠증권은 2009년 골드만삭스 출신인 최희문 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이사를 전격 영입했고 투자 부문 등에 대한 전권을 맡겼다. 최대표는메리츠종금증권의 수익률을 끌어 올리며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다. 2011년에는 채권전문가였던 김용범씨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전격 영입됐다. 김용범씨는 이후 메리츠화재해상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맡다가 서울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최석윤 전 대표도 지난해 말에 메리츠금융그룹에 전격 합류했다. 최대표는CSFB 한국 공동 대표, 바클레이즈 캐피탈 한국대표, RBS은행 서울지점장 및 한국 대표,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등을 역임한 투자은행(IB)의 국가 대표격이다.

최근에는 유창범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도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했다. 비중이 커진 외화운용 등을 포함해 트레이딩 부문을 관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희문과 김용범 등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뒤 관련 회사 주가는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11월24일 597원 수준이던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는 지난주말 기준으로 4천810원까지 치솟았다. 동양화재가 전신인 메리츠화재도 2010년 6천620원 수준이던 주가가 지난주말 기준 2만3천400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2011년 말 기준 3천억원 수준이던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지난주말 기준 2조122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솜씨 좋은 금융 전문가들에게 경영을 맡긴 지 10년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재벌가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처럼 재벌 오너 일가들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 보다뛰어난 인재 영입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능동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하면 새로운 형태의 재벌 경영에도 영감을 얻을 길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줌도 안되는 지분을 가진 누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전체 그룹사를 기형적으로 지배하려고 골머리를 앓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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