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전국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으로 호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사철이라 주택매매에 거주요건이 우선돼야 하나, 가격 불안감이 다른 고려사항을 압도하는 현실이다. 매물이 더 나와야 매수·매도자의 인식을 줄이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동향조사에서 전국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심리지수)는 84로 조사됐다. 지난 2013년 이래 조사 이후 최저치다. 전월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설문한 조사를 수치화한 통계다. 기준치 100을 두고 부정적인 응답이 많으면 하락한다.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이 기타도시보다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서울과 지방의 집값 전망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택 규제가 본격화한 2018년에는 서울의 집값을 다른 지역보다 유망하게 보는 시각이 늘었다.

집값에 대한 인식이 단기간에 크게 변해 불안감을 키운다. 2016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주택가격전망CSI는 월평균 4포인트 변했다. 이후 전월까지는 한 달에 평균 10포인트 넘게 달라지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확인되고 전망까지 혼란스러워지자 거래절벽이 심해졌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는 4만3천444건으로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다.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참고할 만한 거래가 드물고 인식차만 확대하는 셈이다.

주택매매의 주요 고려사항인 거주요건은 뒤로 밀린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이사계획 이유의 가장 큰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이 47.2%로 최대였다. 교통·편의·문화 인프라는 27.8%, 직장·주거 근접은 22.6%다. 이들 거주요건을 합치면 97.6%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융여건이 허락하면 거주환경에 따라 집을 옮기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대출이 나오지 않아 청년층은 전·월세를 이어가고 장년층은 모아둔 재산을 손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매매 대기수요로 남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좀 더 나오면 매매상황이 다소 풀릴 수 있다. 다만, 증여 등이 꾸준히 진행되는 탓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보유세 부담을 늘리더라도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집을 더 내놓을 수 있는데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나오기는 어려워졌다"며 "서울 강남권과 영등포, 용산 등은 개발 호재가 대기 중이어서 보유자들이 증여를 선택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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