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이르면 상반기에 출범할 인공지능(AI) 전문 투자자문사 '신한에이아이(shinhan AI)'를 이끌 수장으로 1세대 외환딜러를 전면에 내세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배진수 신한은행 IPS본부장을 신한AI 초대 사장으로 내정했다.

배 본부장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신한AI를 이끌게 된다.

1989년에 입사한 배 본부장은 국내 1세대 외환딜러다.

외환딜러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뛰어난 환 리스크 경험을 체득하고서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자금시장부 주식운용팀장과 외환사업부장, 금융공학센터장 등도 지냈고 홍콩법인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감각도 익혔다.

현재는 고객에게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IPS 본부를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한AI 설립에 속도를 내며 고객의 자산은 물론 고유자산까지 운용해 본 배 본부장을 적임자로 손꼽아왔다.

특히 신한AI가 이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기 위해선 환율 관리 능력은 물론 주요 자산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이 대표를 맡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배 본부장을 낙점했다.

신한AI는 미국 IBM의 AI 기술 '왓슨'을 활용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전 세계 1만4천개 이상의 상품과 시장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 솔루션과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신한AI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개인은 물론 기관 고객의 자금까지 끌어올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AI 기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환율을 반영하지 못하는 탓에 해외 시장의 상품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사회에서도 신한AI가 성공하기 위한 요인으로 환 리스크 관리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과거 야심차게 출범했다 실패한 'e신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식 출범 전부터 꼼꼼한 준비에 나서도 있다.

e신한은 보스턴컨설팅그룹과의 합작으로 설립했던 온라인 종합금융 유통회사다.

당시 급변하는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설립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상품을 중개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2001년 신한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만 해도 인터넷 전업은행 진출을 검토할 정도로 그룹에서 힘을 실었지만, 수익성 부진과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 거듭되며 2005년께 자회사에서 제외하고 청산했다.

금융권은 신한AI의 등장을 여러 의미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단순한 AI서비스가 아닌 IT 회사 개념의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하지만 디지털 금융이란 트렌드에 올인하다시피 한 국내 분위기가 만들어낸 강박의 산물이 되지 않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수익률로 그룹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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