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의 장단기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커브 이면에 다른 뜻이 내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나오는 금리 하락 기대도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연준의 금리 전망만 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11월말까지 3%선을 유지했으나, 경기 전망 둔화와 연준의 기조 전환 등으로 최근 2.4%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3개월물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둘의 금리는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런 커브 역전은 일반적으로 과거 경기 침체에 선행했다.

최근 10년물 금리가 떨어진 하나의 이유는 연준이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동시에 내년도 인상 전망 횟수를 한 차례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연준은 2019년 최소 세 차례 금리인상과 2020년 한 차례 인상을 예상했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상당 부분이 하루짜리 금리의 향후 10년 평균치에 대한 투자자 예상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까지의 금리 전망치 하향 조정은 10년물 국채금리에 하락 요인이다.

연준의 금리 전망만이 장기 국채 금리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가지는 '기간 프리미엄'으로, 장기채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에 대해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기간 프리미엄은 양의 값을 유지했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상승 등으로 연준이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투자자 우려 때문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서 기간 프리미엄은 꾸준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부분적으로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또는 양적 완화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고, 위험을 평가하는 투자자의 눈높이가 바뀐 영향도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모형에 따르면 10년 국채에 대한 기간 프리미엄은 지난해 11월 말 -46bp에서 지난 주말 현재 -78bp까지 추가로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10년물 금리의 하락세가 기본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투자자는 과거 기간 프리미엄이 양의 값을 보이던 때처럼 인플레 반등에 허를 찔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플레 부진으로 연준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을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정책 집행에 확신이 커질수록 투자자가 보유한 장기 금리가 급하게 움직일 리스크도 감소한다. 기간 프리미엄의 마이너스 폭이 커진다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셈이다.

WSJ은 경기 둔화 우려가 채권 금리 하락의 기본적인 기대는 아니고, 단순히 멀지 않을 가능성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동시에 "그런 우려가 사라진다면 국채 금리는 급하게 오를 수도 있다"며 "다만, 먼저 그런 우려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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