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금융 레드오션…WM 최우선으로 점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돈키호테와 같은 발상을 하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념 간담회에서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거창한 경영 슬로건보단 작은 것부터 한 걸음씩 경영 전략을 다듬어 가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지난 석 달간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면서도 현업 부서들에 엉뚱한 주문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진 행장은 "이제는 상경계가 아닌 IT 전공 인력을 뽑아 영업점에 보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과 개발 담당 부서의 사무실을 없애고 현업부서에 바로 배치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디지털 유목민을 현실화해 고객과 현장에 동떨어진 개발이 아닌 진짜 필요한 개발을 하자는 뜻에서다.

진 행장은 "사업을 총괄하는 부문장들에게는 뚱딴지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야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행장 체제로 들어선 신한은행은 현재 디지털은 물론 채용부터 변화를 만들고자 현업부서와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지주 부사장 시절에도 각종 회의에서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임원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많았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어서다.

18년간의 경험이 붙여준 수식어 '일본통' 행장이 생각하는 글로벌 전략도 다른 은행들과 사뭇 달랐다.

그는 미국과 일본처럼 기축통화 지역에서의 전략과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의 전략을 투트랙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소개했다.

기축통화 지역은 그 지역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본국을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져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진 행장은 일본 현지법인인 SBJ 오사카지점장 시절 리먼 사태를 겪으며 2천500억엔 정도의 자금을 본점으로 송금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2억5천만 달러가 넘는 자금이었다.

덕분에 본점이 고금리로 빌렸던 자금은 일본에서 온 유동성으로 상환할 수 있었다. 당시 은행 본점에선 진 행장을 두고 '전투력 센 사람'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김재우 초대 SBJ 법인장이 만든 주택론 상품을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진 행장이다. 일본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주택론을 일본의 대표 리테일 상품으로 공급해 여신자산을 늘린 데 이어, 이를 유동화해 리스크관리까지 해내자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도 놀라워했다.

일본에서 진 행장과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그를 '한국인 같은 일본인'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할 정도로 일본어에 능숙했고, 고객이 있는 곳이면 밤낮 가리지 않고 갔다고 했다.

국내 PWM 센터와 같은 개념의 SBJ 지점 구조상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어서다.

진 행장은 취임사에서 언급한 리딩뱅크에도 고객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그는 "재무적으로 1천억원의 이익을 더 냈다고 리딩뱅크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며 "고객을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고객을 중심에 두는 것이 진짜 리딩뱅크다. 숫자 경쟁하고 줄 세우는 것보다 그런 의미의 진정한 리딩뱅크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진 행장이 내정자로 추천됐을 때만 해도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았다. 18년간 일본에서만 근무한 그가 국내 영업 환경을 잘 알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과 디지털 등 핵심사업 영역이 그룹 내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되고 역량 있는 부문장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은행장의 의미는 과거와 달라졌다. 그만큼 진 행장의 부담도 줄었다.

그를 차기 행장으로 낙점한 조용병 회장도 리테일과 기업 여신을 특별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올해 진 행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자산관리(WM) 시장이다.

진 행장은 "기업금융 시장은 모든 은행이 RM 수를 늘려 치열한 전쟁터로 만들면서 레드오션이 됐다"며 "줄어드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사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의 접점이 큰 WM을 우선 보고 있다"며 "은행의 경영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신한 문화에 대한 고민에서도 전투력이 엿보였다.

진 행장은 "과거의 신한과 지금의 신한이 어떻게 다른지 직원들과 고민하는 게 올해 저의 가장 큰 과제"라며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야 한다는 명제에서 모든 답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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