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증시에서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가 깊어지면서 지난해 메자닌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층과 층 사이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을 말한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주력 투자 분야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메자닌은 5조원 가까이 발행된 상태다.

기업이 유지된다면 채권의 성격을 가진 메자닌은 이자 수익을 안겨주지만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메자닌 투자자들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들어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된 곳은 KJ프리텍, 바이오빌, 수성, 데코앤이, 에스마크, 지와이커머스, EMW, 디지탈옵틱, 지투하이소닉, 바른전자 등이다.

바이오빌과 지투하이소닉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데코앤이와 에스마크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 나왔다.

일부 기업의 전환사채 상황을 짚어보면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이 수차례 반복됐다. 보통 사채를 발행한 후 주기적으로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명시돼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용이하도록 전환가액을 계속 낮추는 과정이다. 바이오빌은 올들어 9차례 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했다. 지투하이소닉은 올해는 전환가액 조정이 없고, 지난해까지 반복적으로 공시했다.

올해 3월중 엘앤케이바이오, 인터불스, 투비소프트, 포티스, 리드, 비츠로시스 등 다수의 기업이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냈다.

물론 메자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거나 상장폐지 되지 않는 한 주가가 하락해도 나쁜 상황은 아니다.

전환사채 만기 보유시 이자율이 높게 적용되고, 주식으로 전환해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환되므로 이익이 생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메자닌은 주가가 하락해 계속 전환가액을 조정하더라도 채권 이자를 계속 받기 때문에 나쁜 조건은 아니다"며 "회사가 상장폐지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전환가액을 계속 낮췄다 해도 주가가 한번이라도 회복돼 행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전환을 현재가보다 낮은 가격에 하는 것은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메자닌 투자자로서는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시 일각에서는 올해 감사보고서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메자닌 발행 기업이 상장 폐지되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채나 은행 대출이 아니라 메자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결산시점에 감사의견 부적정 등이 나오면 리스크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자에 불리한 조건으로 메자닌을 발행했던 기업 중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된 곳이 많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상장폐지 이슈가 나오면 메자닌 투자를 늘렸던 코스닥벤처펀드 등의 수익이 다시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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