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의 건이 주주 다수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회사는 아들인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의 건은 출석 주주 가운데 35.9%가 반대해 부결됐다.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대표이사에 오른 지 20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한진그룹의 회장이자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최대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주 대다수의 반대를 받으면서 리더십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는 "조 회장은 이사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라며 "과거 한진그룹의 모 이사가 충실하게 이사회에 임하지 않자 크게 분노했고, 그 이사는 결국 사임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 스스로 이사회를 떠나게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을 중심인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된다.

조 사장은 총수 일가 구성원으로서 그간 조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대한항공 이사진에 몸담고 있다.

조 사장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학석사(MBA)를 밟고서 지난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차장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이동했고, 2009년 여객사업본부 본부장(상무),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전무),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2016년 총괄부사장 등 빠른 속도로 승진을 거듭했다.

15년 정도의 경영수업 끝에 지난 2017년 1월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40대 사장으로서 그룹의 정보ㆍ기술(IT) 역량 강화에 매진한 그는 대한항공의 전산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가 사장으로 부임하고서 대한항공의 매출액(2017년 연결기준)은 12조922억원, 지난해는 13조203억원으로 증가세에 있다. 환율의 부침 때문에 영업이익은 9천398억원에서 6천40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실적을 기반으로 그는 아버지인 조 회장을 대신해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성과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하겠다"면서 "자랑스러운 일터,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한 대한항공을 바탕으로 우리가 보답해야 할 대상을 고객과 국민, 여러 관계기관과 협력업체로 함께 확장해 나가겠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조 사장도 약점은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 사장의 인하대 편입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해 졸업 취소를 대학에 요구했다.

인하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조 사장은 '고졸' 출신 사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심지어 편입 전 다녔던 미국 대학에서 평점 1.67점을 받아 졸업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그의 학력과 입사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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