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발됐다.

대한항공은 27일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을 상정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오전까지 확보한 위임장 등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내용을 확인한 결과 참석률은 73.8%였고 이 가운데 찬성 64.1%, 반대 35.9%로 나타났다.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인 탓에 연임에 실패하게 됐다.

우기홍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은 "사전에 국민연금과 해외 투자자의 의견을 오전에 확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주의 반발이 있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 의장은 일축했다.

주주권행사로 총수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총 270억원 규모의 배임ㆍ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상정된 이번 주총은 재계의 큰 관심이었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가 조 회장의 혐의 등을 두고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서다.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한진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3.35%에 불과해 표 대결로 가면 조 회장의 연임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지분 10.5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전날 회의를 열고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 연임의 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면서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거 반대표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공적연기금과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은 대표적이다.

이날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대리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과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주총 시작부터 조 회장을 비판했다.

채 의원은 "조 회장 일가의 황제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평판은 추락하고 경영실적도 곤두박질쳤다"고 일갈했다.

김 변호사도 "조 회장은 270억원에 달하는 배임ㆍ횡령 손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이사회는 어떤 조사를 했는지 답변하길 바란다"며 대한항공을 압박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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