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27일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울렸다.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에서부터 주주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한 소액주주는 "적자에도 2년 연속 배당을 결정한 것은 우리 주주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대한항공의 노력이라고 본다"면서 1호 의안의 승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바로 대리인 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 이사진의 해명을 요구했다.

채 의원은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으로 8천억원의 손실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사회는 어떤 논의를 했으며, 내부통제시스템은 어떤 관리, 검증했는지, 감사위원회는 감사를 진행했는지 알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의안과 상관없는 발언"이라며 채 의원의 의사 진행을 가로막았다. 우기홍 이사회의장도 재무제표와 관련이 없다면서 채 의원을 제지했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의장은 주주의 발언권을 충분히 보장해달라"며 양측 간 논박이 일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의 발언에서 주주 간 갈등은 한층 고조됐다.

김 변호사는 "조 회장의 270억원에 가까운 배임ㆍ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서 어떤 조사를 했는지, 조치를 했는지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때도 몇몇 소액주주는 김 변호사에 고성을 지르고 손가락질하며 반발했다.

몇몇은 반말을 섞으며 의사 진행을 가로막았다. 오히려 채 의원이 의장에게 질서유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자신이 수만주의 의결권 행사를 대리하고 있다는 일부 소액주주는 1호 의안에 대해 표 대결로 가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우 의장은 직권으로 반대표가 유의미하지 않다며 요구를 일축했다.

그렇게 승인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듯해 보였지만 제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으로 넘어가자 다시 채 의원은 "아까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경영진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다시 우 의장은 "재무제표와 상관이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갈등은 재계의 이목이 몰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의 건에서 극대화했다.

우 의장이 이날 오전까지 주요 투자자로부터 의결권을 접수한 결과 반대표가 35.9%에 달해 부결됐다는 점을 공표하자 일부 투자자는 크게 반발했다.

조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주주는 자리를 박차고 고성을 지르며 주총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는 "여기 참석한 주주의 의결권도 반영한 것인가"라며 결과에 의구심을 보였다.

의장은 10분간 이어진 주주 간 갈등을 조율하는 데 진땀을 뺐다.

한 소액주주는 주총을 마치면서 "대기업의 주주총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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