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리스크 이어 경영권 박탈도 현실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으면서 그동안 다양한 악재로 몸살을 앓던 항공업계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은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됐다.

더욱이 조 회장은 주주권행사로 경영권이 박탈된 첫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270억원 규모의 배임ㆍ횡령 혐의가 불거진 탓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투자자들도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아, 조현민 등 오너 3세들의 부적절한 행동들로 한진그룹의 평판 리스크가 커진 점이 결국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현실화하면서 업계 '라이벌'인 아시아나항공 또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는 29일 실시될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대한항공 사태로 기존 경영진을 재선임하는 것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에는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수많은 지적에 노출됐다. 특히 지난 22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탓에 투자자들의 시선도 추가로 냉랭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후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 '적정'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금호산업과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일에만 25.91%, 14.98% 급락할 정도였다.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 등 사업 영위를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투자자들의 평가를 되돌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한항공 또한 의결권 자문기관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 권고가 이어진 점이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을 둘러싼 악재가 쌓이면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된 점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