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 등을 포함한 모든 안건이 SK㈜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통과됐다.

SK㈜는 27일 종로구 SK빌딩에서 제28차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장동현 SK㈜ 사장은 "최태원 사내이사 후보는 회사의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하고 책임을 함께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려됐다"며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대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등 SK㈜의 구심점 역할에 적임자라 판단돼 후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SK㈜는 이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도 주주총회에 상정해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K㈜는 기존처럼 대표이사가 아니라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이 선임된다.

SK㈜는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감시하는 이사회의 취지와 역할 강화를 통해 주주권익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반대에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최태원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안건과 관련해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은 염 전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장동현 사장은 "염 전 총장은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에 적임자로 추천됐다"고 전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도 승인됐다. 사외이사가 한 명 늘면서 등기이사는 8명으로 증가했으며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180억원으로 유지됐다.

참석 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 수 기준 88.6%를 차지했다. 배당은 전년도와 같은 보통주 1주당 4천원으로 정해졌다. 배당금은 1개월 이내 지급될 예정이다.

SK㈜ 사내이사에 선임된 최 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SK㈜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도 재선임됐다.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염 전 총장이 이사회 의결에 따라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SK㈜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국내 대기업집단은 경영진과 이사회 의장의 겸직 등으로 투명경영에 대한 지적들이 꾸준히 제기됐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대표이사와 의장직을 분리함으로써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계열사들 또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장동현 사장은 SK㈜ 주총 이후 발표한 주주서한에서 "SK㈜는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주주소통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주주권익 보호와 주주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이사회의 투명한 운영을 한 단계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장 사장은 바이오제약과 반도체 소재, 신에너지 등 미래성장사업별 지난해 성과와 올해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도 담았다.

그는 "텔레콤, 정유화학, 반도체 등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통해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을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대해서는 씨딩(자기자본 투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영역이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올해 바이오에서는 사업상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과 이익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SK실트론의 경우 반도체 업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웨이퍼 사업의 생산량 증대와 판매가격 유지를 통해 올해 수익 증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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