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뒤집힌 美국채 수익률과 2020년 대선
<뉴욕은 지금> 뒤집힌 美국채 수익률과 2020년 대선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3.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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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 국채 값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렸던 때가 있었나 싶다. 미 국채시장에서 보내는 경고음에 뉴욕증시, 외환시장이 움직이고, 도미노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3월 22일. 심상치 않았던 3개월 만기 국채수익률이 10년을 넘어섰다. 설마 했던 국채수익률 곡선 역전이 2007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채권 만기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이 단기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다. 앞으로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더 나아가 경기 침체(리세션)에 머지않았다는 'R'의 공포가 시장을 휘감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채 스프레드가 계속 좁혀졌어도 역전까지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2년이 10년 국채수익률을 넘고 난 뒤 3개월이 역전하는, 순차적인 진행도 없었다.









곡선 역전에 불을 댕긴 것은 지난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었다. 지난 1월 비둘기파적인 정책 선회로, 2번까지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지난해 12월 점도표는 올해 2번의 금리 인상을 나타냈다.

3월 회의 이후 점도표는 0번으로 낮아졌다. 1번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은 놀랐다. 연준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고, 대차대조표 축소도 조기 중단을 결정했다.

'얼마나 경기 전망이 좋지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연준이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인식이 슬금슬금 퍼졌다.

당장 장기물이 영향을 받았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저항선으로 인식되던 2.60%를 뚫고 내려오자 2.50%, 2.40% 하회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상대적으로 단기물은 덜 빠졌다.

2년-10년, 3개월-10년 등 어느 구간이 더 맞다는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곡선이 뒤집힌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3개월-10년 역전은 어느덧 나흘째를 맞고, 시장은 완전한 패닉까지는 아니어도 순간순간 공포와 마주하고 있다.

곡선 역전 이후 통상 12~18개월에 경기 침체는 나타났다. 지금부터 12~18개월 후면 마침 2020년 미국 대선 시기와 맞물린다.

도이체방크가 최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수익률 곡선 역전은 집권당에 불리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 2008년 버락 오바마의 승리 등 두 가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선 무렵 수익률 곡선은 의미 있게 역전됐고,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서 집권당은 졌다.

알란 러스킨 전략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사례에서 선거 시점에 경제는 유난히 안 좋은 모양이었다"며 "1980년 레이건, 2008년 오바마의 승리를 거의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졌던 때에는 여당이나 야당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았다. 곡선이 가팔라진 2016년 민주당, 1992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1976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20년 대선 힌트를 수익률 곡선에서 전부 얻을 수는 없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러스킨 전략가는 "현재 이 곡선이 주는 메시지는 오히려 간단하다. 2020년 선거가 다가오면 경기 둔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새로운 경제 아이디어를 요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선거유세보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할 수 있다. 수익률 곡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기편을 연준에 포진시킬 모양이다. 그동안 비 이데올로기적인 인사들만 인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자신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보수 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를 연준 이사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명자 예정 신분인 그의 첫 행보부터 파격적이다.

무어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즉각 50bp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파월 의장은 무능하며 사임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포함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흔들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어가 된다해도 6명의 연준 이사 중 한명이어서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 의장으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전례없이 수익률 곡선 역전을 자초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주가가 살짝 내리기만 해도 이를 연준 탓으로 돌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지금쯤 연준을 향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트럼프 색이 가미된 연준은 곡선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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