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재고 지표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또 하나의 예측지표인 재고율 추이를 통해 향후 경기 방향을 그려 볼 수 있어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11.7%를 나타냈다. 작년 8월 105.4%에서 12월 114.8%까지 치솟은 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재고율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산출한다.

수치가 높으면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지표는 재고 수치가 늘거나 재고는 그대로지만 출하가 감소할 경우 오르는데, 둘 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재고가 쌓여 있으면 기업이 향후 생산을 늘리지 않는다. 출하가 줄었다는 건 시장 수요가 부진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월 제조업 출하가 전월에 이어 감소하는 가운데 재고율은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출하가 줄고 재고가 느는 추세는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 나타나는 모습이다"며 "재고율 지표 자체로 보면 경기둔화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조업 출하는 지난 1월 0.3%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수출하 증가율이 0.8%에서 0.7%로 낮아졌고, 수출출하는 마이너스(-) 2.0%에서 -1.6%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일부에서는 재고로 본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조업 재고율이 1월엔 111.7%로 전월보다 3.1%포인트 하락하면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여서다.

다만 아직 추세 전환이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엔 국내 경제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의 재고율이 치솟아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반도체 재고율은 지난 1월 121.2%로, 전월(96.7%)보다 크게 올랐다.

생산이 축소됐는데도, 출하가 더 많이 줄어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 비중이 큰 데, 재고율 높은 것에도 반도체 기여가 많았던 것 같다"며 "당장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은 아니라서 그게 반영됐다고 생각하면 단기 내 반전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고율 지표로 경기를 전망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2월 말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최근의 재고율 추이를 보면 IT 부문의 경우 재고율이 경기와 무관하게 1년 주기로 순환하는 반면 비IT 부문에서는 2013년 중반 이후 기조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둘을 종합해 볼 경우 경기지표로서의 유용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IT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점에 비춰 볼 때 재고율의 경기 선행성이 다른 나라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고율의 선행성에 대해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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