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수사를 벌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사무실 위치 등을 놓고 막바지 힘겨루기 중이다.

금융위는 특사경 사무실을 금감원 여의도 본원 바깥에 둬야 한다고 보지만, 금감원은 본원 내에서 증권시장 조사를 벌이고 있는 부서와 층수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자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장준경 공시조사 부원장보 산하에 10명 이내의 특사경이 모인 별도의 부서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운영 방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에서 제출한 방안에 관해 금융위-금감원이 협의하고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견을 조율해 운용계획을 발표하겠지만, 금감원 의견에 우려 사항이 적잖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사경 부서 신설은 특사경들의 수사 업무와 기존 금감원 직원들의 조사 업무 간 분리와 정보 교류 차단(차이니즈 월)을 위해서다. 특사경의 권한 범위가 기존 금감원 직원들의 권한을 크게 벗어나는 만큼 확실한 업무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점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물리적 공간과 임원보고 여부를 비롯해 분리의 강도를 얼마나 세게 둬야 하는지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의견이 엇갈린다.

금융위는 특사경 업무 공간을 금감원 본원 바깥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부 건물에 별도의 특사경 사무실을 마련해야 특사경과 원내 직원 간 철저한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금감원은 본원 5층에 위치한 조사기획국·자본시장조사국·특별조사국 등 기존의 조사국과 특사경 사무실의 층수를 달리하고 기존 직원이 특사경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의 유사 사례로 관세청도 특사경 부서와 기존의 부서가 한 건물에 함께 있다"며 "제도적으로 독립된 업무를 추진하면 되지 별도 건물로까지 옮겨가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특사경 부서를 부원장보 산하에 두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금융위는 특사경이 금감원 간부들에게 업무 내용을 보고하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수사를 펼쳐야 확실한 교류 차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사경의 수사 정보가 민간 기구인 금감원에 흘러 들어갈 경우 자칫 사법경찰권이 오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반면 금감원 임원이 특사경들에게 수사 지시를 할 수 없을 뿐, 수사 내용에 관한 일반적인 보고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 시각이다. 금감원 조직에 대한 책임을 지닌 임원들이 수사 결과의 내용조차 모른다면 기관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특사경 도입 후 권한 행사 범위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패스트트랙(긴급조치) 절차를 통해 검찰로 이첩된 안건만 다루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는 향후 특사경의 권한이 커져 증권선물위원회가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특사경은 특수 분야의 범죄에 한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등 경찰과 동일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금감원 직원은 압수수색과 통신사실 조회·출국금지 등 강제 수사권을 갖고 자본시장법상의 주요 범죄를 직접 다루게 된다. 기존의 금감원 검사역들은 사건 조사 후 증선위에 해당 건을 넘기면 증선위가 검찰 이첩 여부를 결정해 검찰이 심층적인 수사에 나섰다.

금감원 직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관법) 개정에 따라 2015년 8월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난 4년간 추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금감원 직원에 대한 특사경 지정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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