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퇴한 것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지게 되면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만큼 사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지원을 끌어내자는 게 박 회장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금호아시아나는 28일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사태 관련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과 관련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지난 196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53년 만에 그룹을 떠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후 1979년 금호실업 대표, 199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거쳐 지난 2001년 그룹 부회장, 2002년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룹 수장으로서는 약 18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셈이다.

박 회장의 이번 결정은 그룹 해체만은 막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디폴트' 되면 사실상 그룹은 해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수준을 담당한다. 아울러 대부분 계열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BBB-'에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잇달아 밝혔고,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1천500억원 규모의 발행하려던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가운데 650억원은 감사의견이 나오고서 주요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진다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BB+'로 한 등급 떨어지게 되면 1조2천억원에 달하는 ABS 조기상환에 직면하게 된다. 해외채권도 마찬가지로 트리거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공동관리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따라서 박 회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금 만기 연장 또는 크레디트라인 등을 받아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회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났다. 산업은행도 그룹 총수인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는다면 지원에 대한 명분이 생기게 된다.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내달 초를 목표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담을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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