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같은 항공업계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잃은 지 딱 하루 만이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앞서 전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재선임에 실패했다. 조 회장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반대에 총수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게 됐다.

이로써 국내 항공업체를 대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수장들이 이틀 사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다만, 조양호 회장이 이른바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로부터 사실상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한 것이라면, 박삼구 회장은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하루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협조를 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대주주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살리기 위해 회장직에서 용퇴한 셈이다.

또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실패가 사실상 세 자녀의 갑질 논란과 각종 배임·횡령 이슈에서 촉발됐다면, 박삼구 회장의 사퇴는 그동안 제기된 갑질 논란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와 회계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지적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8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한정' 의견을 받음으로써 대외적으로도 회사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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