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박탈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1일 이번 대한항공 사례가 국민연금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이 더욱 활발하게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와 반대 36%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한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견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집사'를 부르는 스튜어드(Steward)와 '규정'의 의미인 코드(Code)의 합성어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연기금은 수익자를 위한 대리인으로서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주주의 의결권 행사도 이러한 의무에 포함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도입 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 다르게 주주권 행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 제도 정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이번 사례가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의 좋은 계기가 되어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A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업 총수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이 공정한 잣대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 공공성을 띤 기관들의 독립성이 확실히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관들의 독립성이 부족할 경우 주주권이 정치적으로 행사되거나 시장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주권을 자산운용사 등에 위탁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에 주주권 행사를 위임하거나 의결권자문기관에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활성화해 외부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역할을 제대로 살리자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 B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지면 이를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세력들도 생기게 될 것"이라며 "다른 일반 주주들은 물론 당국 등에서도 제도의 정착이나 활용이 악용될 소지가 없도록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가 국내 증시 저평가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적극적인 주주 의결권 행사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지분 보유 현황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s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