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권고를 검토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나항공을 현시점에서 팔아야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고,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수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애정이 강한 만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에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매각 방식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하되, 현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33.47%까지 묶어 인수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조원 수준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서 아시아나항공은 양대 국적 항공사"라며 "금호아시아나가 지금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용단을 내리면 시가의 약 3배 수준의 가치를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금호산업에 유입되는 현금은 약 7천억~8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이 최후의 수단으로 보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고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말 그대로 단기 차입금 갚기도 빠듯한 상황인데 안전 측면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의미다.

국제선 기준 지난 2018년 1~8월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지연율은 8.6%로, 전체 평균(6.2%)보다 2.4%포인트 높았다. 잔고장 등을 의미하는 '기체 사정'이 대다수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회사 유동성과 안전도는 100%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차입금 상환능력에 대한 원천적인 의구심도 있다.

최근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떨어진 상황이다. 당초 발행하려던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1천500억원 가운데 650억원은 주요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발행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주요 은행권의 신용공여가 없다면 미래 매출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도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극단적으로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거론된다.

그렇다고 채권단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공동관리(자율협약ㆍ워크아웃)를 고려할 수도 없다. 채권단 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채무불이행을 의미하는 'D'보다 한 단계 높은 'CCC'로 떨어지는 데 이 경우 조(兆) 단위의 ABS와 해외채권의 조기 상황에 들어오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사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공동관리에 돌입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으로 영업력 약화가 예상된다. 항공기 반납 사유 발생 등 노선 유지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지급하지 못해 선주가 선박을 압수한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며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당위성은 있지만,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다. 자회사로 상장사인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을 두고 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되면 금호아시아나는 말 그대로 육상운송(금호고속), 건설(금호산업) 등만 남게 된다.

그룹 외형뿐 아니라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애착'이 상당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매각은 금호아시아나의 거센 반발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공동관리로 가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망가질 수 있어 정상화에 대한 채권단의 고민이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단은 아시아나IDT 매각 가능성이 있지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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