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청년 일자리 정책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실업률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청년고용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여야 정치권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소득주도와 일자리 주도 등 각론에서는 갑론을박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소모적 순환론이다. 4년전 이맘 때도 청년일자리 정책을 두고 똑같은 논쟁이 이어졌지만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2015년 3월23일자 '청년실업과 닭·달걀의 순환론' 기사 참조)



◇청년실업률은 양호한 편인데 청년고용률은 왜 저조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15세에서 29세사이 경제활동인구중 실업률을 일컫는 청년실업률은 9.5%로 한자리 숫자대로 내려섰다. 청년고용률은 42.9%로 청년취업자수도 390만6천명 수준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5%로 OECD 평균 13.9%로 보다 2.4%포인트나 낮다. 같은 기간 청년고용률은 41.5%로 OECD 평균 51.8%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의 30~64세 인구 고용률이 74.3%로 OECD 국가 평균 72.3%에 비해 소폭 높았다는 점과 대비된다. 청년 고용률과 30대 이상 고용률의 격차도32.8%포인트로 OECD 평균 20.4%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 청년의실업률이 OECD국가 평균 보다 높지 않은 데 고용률은 낮은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방의 의무 등에 따른 의무 복무 등이 고용률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군 복무 인력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일반 숫자로 확인하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50만명에 이르는 의무복무병이 잠재적 실업자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2월 기준청년실업자는 41만명 수준이었다.



◇군대도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어야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군대가 의무복무 대상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50만명에 이르는 의무복무병이 단계적으로 직업군으로 전환되면 한국의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고 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가득 채운 공시생(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간절한 목표는 월급 160만원 남짓의 9급직 공무원이다.2017년 기준으로 하사 초임이 각종 수당을 합쳐 170만원 남짓이다.

공시생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간절하게 합격하기를 바라는 공무원과 처우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독신자의 경우 BEQ(bachelor enlisted quarters) 등을 통해서 주거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직업군인의 가처분 소득이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튼실한 국가재정 여력 충분…안되면 증세하자

모병제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은 차고 넘친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통합재정 수지 기준으로 거의 유일한 흑자국가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43%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재정 최우량 국가다. OECD 국가 가운데 재정이 가장 튼실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독일의 76.5%보다 낮다.OECD 국가 평균인 113.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인 일본은 222.4%, 프랑스는 123.5%, 영국은 121.15%로 우리의 세 배에서 네배에 이르는 국가채무를 가지고 있다.

GD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 조세부담률은 한국이 최하위 수준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 18.5% 수준이다. 복지국가인스웨덴의 33.6% 보다는 턱없이 낮다. 낮은 조세부담률로도 튼실한 재정을 일궜으니 재정이 그만큼 자린고비 노릇을 했다는 의미다. 스웨덴은 우리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에도 국가채무가 51.7%에 이른다. 재정이 그만큼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하다.

재정이 튼실하지만 굳이 필요하다면 세금도 더 걷자. 직접세 인상이어렵다면 간접세인 부가세라도 더 걷자.OECD 국가의 부가세율 평균치는19.2%다. 10%인 우리나라의 부가세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캐나다, 스위스에 이어 네번째로 낮은 수준이다.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라도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우리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의 골짜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재정여력을 가진 우리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언제까지 건전성 타령이나 할 것인가.

農夫餓死枕厥種子(농부아사침궐종자)라는 말이 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의미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날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어리석고 인색한 사람이 죽고 나면 재물도 소용없음을 모른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미래의 씨앗인 청년이 불행한 데 우리가 어떻게 행복하기를 바라겠나.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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