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대출, 1년새 1조 돌파…청년 전용 하반기 출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출시 1년 만에 1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다른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진 반면, 카카오뱅크 홀로 독주 중이다.

시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이직한 뱅커가 매니저가 돼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지난 28일 판교 사옥에서 만난 이준희·박신건 매니저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자식같다"며 "힘들게 낳았고 주위에서 어떻게 키우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며 멋쩍어했다.

휴일에도 실행할 수 있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최초로 만들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던 기존 은행에 경종을 울린 상품이었다.

덕분에 은행권 안팎에서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이 매니저는 "상품을 만들 때는 자신 있게 만들었는데 막상 출시 전날에는 불안하기도 했다"며 "당시 타 은행들의 비대면 전세 대출 신청 건수가 하루에 3~4건에 그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하루 평균 100건, 많게는 200건까지 신청이 들어온다.

박 매니저는 "지난해 1월 28일에 한도를 1천억 원으로 설정해 출시했는데 3월 중순에 모두 찼다"면서 "고객들이 좋아해주시다보니 상시 판매로 전환하게 된 것도 기분 좋은 성과"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저력은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빛을 발했다.

다주택자 및 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이상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면서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전세대출이 일괄 중단된 반면 카카오뱅크만 중단 없이 대출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지난해 10월 6천85억 원으로 전월 대비 22%나 상승했다. 9월 대출 증가율이 17%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결은 비대면 대출 시스템의 차이에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배우자의 주택소유 여부와 소득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시중은행에는 없는 비밀병기였다.

박 매니저는 "우리는 영업점 창구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응대할 수 없어 위기감이 있었다"면서 "9·13 대책도 몇 달전부터 예고가 나왔는데 거기에 맞춰서 시스템 개발을 여러 버전으로 해두는 등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절실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비대면 채널뿐이기 때문에 고객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대출이 중단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쟁자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도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새로 선보였다. 함께 출시한 비대면 신용대출은 대출 실행까지의 소요시간이 카카오뱅크보다 빠르다.

이 매니저는 "타 은행보다 '쉽고 재밌게' 하는 것이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에서만 쓰이는 '집주인'이라는 용어를 예로 들었다.

카카오뱅크는 임대인이라는 말 대신 '집주인'이라는 용어를 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는 말 대신 쉬운 용어를 쓰자는 내부적인 판단에서다.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대출 실행' 버튼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전에는 이사 전에 대출금을 임대인에게 주기 위해 은행에 전화해 대출 담당자를 찾아야 했지만 '대출 실행' 버튼을 통해 이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느꼈던 한계도 상품 개발의 밑바탕이 됐다.

통상 대출 계약 전에는 고객의 대출 한도를 정확히 알려줄 수 없던 것에 착안해 카카오뱅크에서는 '한도 조회'가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박 매니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1년 이상 재직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이에 따라 비대면 절차가 늘어나는 부분을 편리하게 풀어나갈 것"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청년 맞춤형 전월세보증금 대출'도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소득 7천만 원 이하인 청년을 대상으로 연 2% 중후반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상품이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고객층들이 34세 이하 청년층에 많이 포진해 있는만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매니저는 "대출 받으려는 고객이 34세 이하일 경우 청년 전세대출도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끔, 이른바 셀프(Sefl) 대출이 잘 이뤄지도록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매니저는 끝으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한 '소득공제 팁'도 전달했다.

박 매니저는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원리금 납부액의 40%를 연 3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데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카카오뱅크는 중도상환수수료 전면 무료이기 때문에 원금 상환하면 소득공제까지 더 받으실 수 있다"고 당부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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