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KT와 카카오가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증자가 막힐 경우 향후 인터넷은행들의 사업 확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T가 지난달 신청한 케이뱅크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심사와 관련해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KT를 포함한 통신사들이 우정사업본부 등에 통신회선을 공급하는 정부 입찰에서 담합한 협의가 있다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은행업 감독규정은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 공정위, 국세청,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이 진행되고 있고, 그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해당 기간에 한도초과보유승인 심사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아니더라도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란 점이다.

앞서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천만 원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권 등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인터넷은행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에서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지만, 경미성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KT 입장에선 금융위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을 누락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 혐의로 김 의장은 작년 12월 법원에서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재산형을 부과하는 절차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아직까지 신청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의 재판과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조만간 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악재가 될 만한 변수들이 쏟아지면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향후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와 카카오는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끌어올려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만약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무산될 경우 사업 확장 계획은 물론 ICT 기업 주도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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