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박철완 사외이사 후보는 오늘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있는 관계로 이 자리에는 불참하게 됐습니다"

이윤재 흥아해운 회장은 지난달 29일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이날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인데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임 사내외이사는 주주들과 만나는 자리에 얼굴을 비추기 마련인데, 흥아해운은 박 상무가 금호석화 주총에 참석하느라 부득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가 금호석화의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박 상무는 같은 날 열린 금호석화 주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윤재 회장과 박철완 상무 중에서 한 사람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주주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다. 아울러 대주주로서 다른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근본적으로 박 상무가 흥아해운의 사외이사직을 수락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금호석화와 흥아해운이 거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흥아해운은 기업분할로 컨테이너 부문은 장금상선과 합병하고, 케미컬 탱커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릴 계획이다. 케미컬 탱커의 주요 화주는 금호석화다.

기업 대주주가 거래처의 사외이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최근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상법 제382조 제3항에는 '회사와 거래 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의 이사이거나 피용자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됐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2일 "흥아해운으로서는 금호석화라는 대형 화주와 지속해서 거래하고 싶어 박 상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라며 "이후에 금호석화가 흥아해운의 편의를 봐주는 계약을 맺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경영진의 개인적인 사정에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며 "해당 건은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고, 거래 관계도 우리 매출액과 비교해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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