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신용 완화 정책을 통해 수천억 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민간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월 이후 중국은 지급준비율(지준율ㆍRRR)을 다섯 차례나 인하해 이론적으로는 은행권에 수천억 달러의 유동성을 풀었다.

은행들은 그러나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는 민간기업 대신 금융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단기대출을 늘리고 있다.

대출로 인한 은행권의 위험은 줄어드는 대신 금융시장의 투기적 행태는 심해질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재정이 탄탄한 기업들은 차입 여력이 충분하지만, 장기 투자를 위한 차입은 꺼리고 있다.

시얌란(CYAMLAN) 인베스트먼트의 랜딩 장 최고경영자(CEO)는 "제조업체의 이익률이 감소하는 동안에는 유동성이 금융시스템에만 머물러 실물경제에는 흘러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반스-프릿차드 이코노미스트는 "차입을 하려는 기업이 엄청나게 많지만" 신용 공급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더 나은 기업이라고 해도 "경제의 엄청난 불확실성 때문에 대출 수요는 약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중국은 매우 인상적인 완화 정책을 폈다.

지난 1~2월 은행대출과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5조3천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단기자금 조달 비용을 보여주는 3개월 상하이은행간금리(shibor) 역시 작년 1월 4.73%였던 것에서 2.81%로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1~2월 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규 장기대출은 1조9천13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여기에다 단기 기업대출이나 은행어음 등 단기 금융상품은 급증해 기업의 투자지출보다는 금융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늘어났음을 시사했다.

매체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도 금융위기 이후 대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은행과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성장률 지원과 금융위험 억제를 동시에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험 억제 때문에 공격적인 완화가 어려워지고 은행가들 역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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