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거래소가 국채선물 호가단위 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국채선물 호가단위 조정 필요성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견해차는 크게 엇갈렸다.

국채선물 호가 단위 조정으로 현물 거래와의 적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하는 시장참가자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님에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거래량을 늘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는 국채선물시장 호가 가격 단위 세분화와 관련한 설문을 기관에 배포하고 설문작업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최근 저금리 기조의 지속과 변동성 축소로 호가 가격 단위 세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설문 이유를 밝혔다.

호가 단위가 축소되면 유동성 분산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적정한 수준으로의 호가 가격 단위 조정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내 국고채는 1bp 사이에 6개의 호가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국고채 3년 지표물인 18-9호의 경우 1.73~1.74% 사이에는 10,133원, 10,132.50원, 10,132원, 10,131.50원, 10,130.50원, 10,130원 등 여섯 개의 호가가 자리한다.

반면 3년 국채선물의 경우 3틱이 움직일 때 현물 1bp 변동으로 계산한다.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거래하는 입장에서는 선물과 현물의 일대일 매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시장참가자 중 일부는 국채선물 호가단위를 조정하면 현물 거래와 적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현물은 1bp에 호가가 6개가 들어가는데, 3년 선물과 매칭하면 호가를 0.005로 쪼개면 현물과 호가가 맞게 된다"며 "한 호가에 2~3천개씩 쌓여있고 거래가 잘 안 되는 현상이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래소가 새로운 걸 한다고 하면 수수료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한 건 사실"이라며 "3년 선물 거래량이 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가단위 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호가단위 조정의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하는 시장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바꾸는 대신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한 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기를 원했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거래소가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에 막대한 IT 인프라를 들이고 치적을 내세우기 바쁘니 정작 좋은 의도로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가단위를 조정한 후 거래량 증가에 따른 이익보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더 들 것이고, 호가단위 조정에 대한 채권시장의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거래소 채권부의 고압적인 태도는 늘 채권시장에 논란이 되었다"라며 "거래시간을 늘리고 수수료를 매기는 과정에서도 시장과의 소통은 늘 문제가 되었었기에 거래소가 새로운 것을 들고나올 때마다 시장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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