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스킨헬스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70억 달러로 예상됐던 이 딜은 1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사모펀드가 가세한 영향이다.

블랙스톤, CVC와 같은 대형기업 인수합병(M&A) 전문회사인 바이아웃 회사들이 초반부터 네슬레 스킨케어 헬스 인수전에 관심을 나타내 흥행 조짐이 일었다.

월가에 따르면 현재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씨벤, GIC Pte, KKR, EQT 파트너스, 칼라일 그룹 LP 등을 포함한 쟁쟁한 사모펀드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니레버, 니베아로 유명한 바이어스도르프, 치약으로 잘 알려진 미국 콜게이트 등 동종업계 회사들도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어 이번 딜은 기업과 사모펀드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슬레가 식품 사업 본업에 집중하겠다며 매각을 결정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동종업계의 인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매물로 나오면 과거에는 브랜드 확보를 위해 경쟁 기업들의 인수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에는 2조 달러라는 기록적인 드라이 파우더(사모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돈)로 무장한 바이아웃이 더 자주 잠재 매수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바이아웃들의 통 큰 베팅은 이미 월가를 놀라게 했다. 블랙스톤이 지난해 톰슨 로이터의 금융정보 부문에 170억 달러를 베팅한 것은 메가 M&A에 대한 사모펀드들의 취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식탁도 사모펀드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식품회사인 J.M 스머커는 헝가리 잭 벨기에 와플 믹스를 포함한 미국 베이킹브랜드를 사모펀드에 팔았다. 타이스푸드의 사라 리 프로즌 베이커리 부문 역시 사모펀드로 넘겨졌다. 매그넘 아이스크림을 보유했던 유니레버는 마가린 사업부를 KKR에 80억 달러에 매각했다.

의류 브랜드 노티카와 쥬시꾸뛰르를 사들인 사모펀드는 최근 프랑스 명품회사로부터 보드 스포츠 브랜드인 볼컴도 추가로 사들였다.

최근 M&A 딜에서 특이한 점은 사모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고, 기업들이 오히려 반긴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키우기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는 기업들의 적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속에서 글로벌 소비 공룡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돈이 되지 않거나 시너지가 없는 부분은 팔아야 한다. 사 줄 사람이 절실한 상황에서 매물 사냥에 뛰어드는 사모펀드들은 반가운 존재다.

특히 동종업계가 꼭 필요한 한 부분만 인수하기를 원하는 것과 달리 사모펀드들은 이른바 플랫폼 거래로 불리는 여러 개를 함께 묶어 사는 딜에도 기꺼이 응한다.

네슬레 스킨케어 인수 전 역시 경쟁 기업들은 처방 피부과학, 소비자 피부관리, 주름 제거 브랜드 등 3가지 가운데 일부분만을 사고 싶어한다. 매각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분할 매각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에라도 사모펀드에 통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독점 당국이 매각 등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는 상황에서 독점 문제가 있을 때 신속한 매각도 장점이다. 사모펀드에 매각하면 각국 당국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딜 테이블에 앉은 이들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는 사모펀드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전세계 M&A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연기금도 경쟁적으로 자체 사모펀드에 나서는 만큼,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회사 사정상, 발전 방향상, 매물로 내어놓았다지만, 그동안 어렵게 일궈놓은 회사를 단지 '돈 놀이'하는 사모펀드에 맡기자니, 그들의 돈 놀이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꺼림직하다는 깐깐한 창업자의 마인드는 이제 구식이다. 매각하려는 쪽 입장에서는 훨씬 더 효율적인 사업 파트너가 사모펀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모펀드가 기업들에 과거의 적보다는 현재의 친구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사모펀드는 적과 친구의 중간 쯤인, 친구같은 적인 '프레너미'(frenemy)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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