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현대카드가 계열사 내 내부거래시장(캡티브마켓)인 현대·기아차 구매 고객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정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과 할인, 무이자 할부 등 과도한 혜택을 담은 상품의 부가서비스 축소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재점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든 카드사가 '1포인트=1원'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자사의 M포인트로 할부이자, 연회비, 카드론 등을 결제할 경우 '1포인트=0.67원'으로 계산한다. 또 기프트카드 신세계 상품권 교환 시에는 '1.5포인트=1원'을 적용하고 있다.

신용카드에 10만 포인트가 쌓여있다면 현금 10만원과 다름없지만, 현대M포인트는 15만 포인트가 있어야 현금 10만원의 값어치가 된다는 말이다.

과거 금융당국은 카드사 포인트 적립 원칙을 '1포인트=1원'으로 통일하려 했지만, 현대카드 측이 타 카드사와 포인트 비용 분담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현대M포인트가 '1포인트=1원'으로 환산되는 유일한 가맹점이 있다.

바로 현대·기아차다.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량을 구매할 때만 M포인트를 1:1 비율로 전환해주고 있다.

차량 구매 시 현대·기아차 영업소에 M포인트 사용을 신청하면 최대 200만 포인트까지 차 값을 지불할 수 있는데, 이는 200만원 할인으로 계산된다. 다른 가맹점에서는 134만 원어치 밖에 안되는 200만 포인트가 현대차를 살 때만 온전히 200만원으로 전환된다.

또 현대·기아차는 현대카드 고객에게 최고 50만 원의 세이브포인트(선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판매가격의 50만 원을 할인해주는 대신 이후 3년 동안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2%를 적립해 되갚도록 하는 제도다.

세이브포인트 할인금액은 부담은 현대·기아차가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카드결제를 통해 되갚는 포인트를 현대카드가 100%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현대차가 더 많이 지원하는 구조다.

그 결과 현대카드의 자동차 캡티브마켓은 급성장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와의 협업을 통해 모집한 신규회원은 25만4천명으로 전년대비 2만2천명 증가했으며, 2년 새 5만5천명이나 늘었다.

현대카드의 현대·기아차 취급액은 2016년 5조1천억원에서 2017년 6조4천억원, 2018년 6조9천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37.6%에서 45.5%까지 오르며 전체 현대차 카드결제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캡티브시장의 장점을 극대화해 마케팅한 결과"라며 "비용 대비 많은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카드가 현대차 구매 고객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대형가맹점에만 차별화된 포인트 혜택을 제공하고, 각종 할인 혜택 등 서비스를 집중시키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금융당국의 카드 부가서비스 관행 개선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와 현대그룹 금융계열사 간 부당지원을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차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9억원,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법원이 현대·기아차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금융계열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차별적 취급이며 소비자 차별을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캡티브시장에 과도한 서비스 혜택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문제도 함께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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