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미지급 추정금액이 1조 원대에 달하는 즉시연금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 결과는 16만여명의 즉시연금 가입자에게도 영향을 주는 등 보험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크다.

4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반환 청구 공동소송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번 재판은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향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서 각각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즉시연금 사태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만큼 현재 삼성생명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금소연은 자문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쟁점은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뗀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판단되는지다.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최초 가입했을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매달 연금(이자)을 지급하고 계약 만기가 되면 처음에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다. 그러나 매달 나오는 연금액에서 만기 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뗀다는 내용이 약관에 기재돼 있지 않아 연금액을 덜 받았다는 민원이 빗발치며 즉시연금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기초 서류인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입장이다. 산출방법서는 약관처럼 고객에게 일일이 제공되지는 않지만, 고객이 요청할 경우 지급된다.

아울러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는 것은 여느 보험 상품에도 존재하는 기본 구조이므로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단 주장이다. 보험 상품의 원리와 수리적 구조에 따랐을 뿐이란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만기 환급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달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급 재원으로 쌓아둬야만 한다"며 "원금에서 일정 사업비를 떼지 않고 고객에게 연금과 원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모든 보험 상품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연은 보험사가 즉시연금 계약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설명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보험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산출방법서 역시 어디까지나 보험사 내부 문건일 뿐 약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계리적 서류에 지나지 않는다며 21개 생명보험사에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연금액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한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과 같다.

조연행 금소연 회장은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보험 약관에 대한 명시·설명·교부 의무를 지니지만, 삼성생명은 계약자들에게 지급 재원 공제와 관련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표준 약관에는 지급 재원 공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제시돼 있지 않은 채 산출방법서에 따른다는 문구만 있고, 이러한 내용이 약관에 제시돼 있지 않다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한화생명의 채무부존재 소송도 이르면 이달 안에 재판 날짜가 확정된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1명, 한화생명은 4명의 즉시연금 민원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삼성·한화생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민원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변호사 2명을 선임하고 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등 소송 지원에 분주한 상태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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