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9차 무역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협상의 핵심 쟁점은 관세철회 문제와 중국의 약속 이행 보장 방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관세가 핵심적인 사안으로 부상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의 상당 부분에서 의견 합치를 이뤘으나, 관세철회 및 이행방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논쟁하고 있다.

우선 중국 측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서명하는 즉시 미국이 2천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 측 역시 미국이 관세를 철회할 경우 1천100억 달러에 대한 대미 관세를 즉각 철회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인들과 유관 업계 관계자들도 관세의 즉각 철폐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측 협상가들이 관세를 일부 남겨놓는 것을 중국의 합의 이행 보장 방안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WSJ은 미국 측은 미국이 이미 부과된 관세를 시간을 두고 철회하고 싶어하며, 실제 진전이 일어나기 이전에 관세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측 협상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지난달 관세철회 전에는 '실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관세철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가 '상당 기간 동안'(substantial period of time)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고, 유지 대상 관세는 1차로 부과된 500억 달러에만 해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미국이 관세철회 카드를 또 다른 협상 카드로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관세철회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 무역 합의문에 '보복 금지 조항'(no-retaliation clause)을 넣고자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 간 합의에 위반 내용이 생기고, 위반 사항에 대한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스냅백'(snapback)조항을 합의에 넣고, 관세 폭탄이 되살려지더라도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보복 금지 조항'에 공개적으로 반발해왔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차관은 모든 이행방안은 공정하고, 동등해야 하며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보복 금지 조항'을 고려해 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복 금지 조항'은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서방으로부터 당한 굴욕을 연상시키는 불공정 협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제시하는 '보복 금지 조항'은 역으로 중국 측에 큰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도 일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만약 중국 측이 '보복 금지 조항' 등에도 동의한다면, 이는 중국이 전례 없는 양보를 했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합의에 서명해 중국에 부과된 관세 중 상당수를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으로 미국 측도 '보복 금지 조항'을 협상 도구로 활용할 수는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미국은 이 조항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에 관세를 상당 기간 더 유지하는 것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내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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