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직 두 자리에 연준에 비판적이었던 인물들로 포진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강하게 비판해온 데다 이미 폐기된 제도인 '금본위제(Gold standard)로 돌아가자고 주장해와 연준의 통화정책 근간을 뒤흔들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허먼 케인을 연준 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케인은 현재 신원검증 절차가 진행 중으로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식 지명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는 보수 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를 연준 이사에 지명한 바 있다.



◇ 연준 금리 인하 지지…과거엔 매파

무어는 연준의 작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실수였다며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인의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은 무어보다 다소 덜 명확하다.

그럼에도 케인은 지난 2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과열에 대해 덜 걱정해야 한다고 언급해 트럼프의 저금리 입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케인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동시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NEC)의 지지를 받고 있다. 커들로는 최근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의 통화에서 "꼼짝없이 당신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파월을 해임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여전히 연준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지 않고 있어 연준 이사에 본인을 지지하는 이들을 앉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어와 케인 둘 다 연준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 바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무어는 2015년 12월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는 제로금리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케인도 한때 매파로 평가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인이 2011년 캔자스 연방준비은행에 몸담을 당시 함께 일한 두루 제닝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케인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매파"라고 언급했다.

매파는 물가 상승을 경제 성장의 위협으로 보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선호하는 통화정책 노선을 말한다.



◇ 금본위제 복귀 주장…통화정책 전문 지식 부족

이들이 연준에 합류할 경우 과거 폐기된 금본위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될지도 주목된다.

케인은 2012년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통해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달러를 조작하고 있다"며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주장했다.

무어 역시 미국이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본위제는 통화 가치를 일정량의 금값에 연계하는 것으로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제도다. 하지만 영국은 1931년 금본위제 사용을 중단했고, 미국은 1971년 금본위제를 완전히 포기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케인은 대선 캠페인 동안에도 금본위제를 주장해 그의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어 보인다.

금본위제는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는 극도의 디플레이션 정책으로 리세션이 닥칠 경우 금리를 낮추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게 이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급진적 아이디어가 받아들여 질지는 미지수다.

무어는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08년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진입하기 직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가 하면 공식 지표상 미국이 디플레이션 상태가 아님에도 그렇다고 주장한 바 있다.

케인 역시 1992년 캔자스시티 연은 이사회에 합류해 1995~1996년 이사회 의장을 지냈지만, 지역 연은 이사회는 통상 기업 경영자들에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을 고민하는 자리와는 거리가 멀어 관련 경험이 없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 연준, 양대 목표 근간 흔들리나

케인은 연준의 양대 목표인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며, 무어는 원자재 가격을 통화정책 결정에 반영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의 합류는 연준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다.

연준의 양대 목표 중 하나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현재 활발하다.

탄탄한 고용에도 인플레이션이 오랜 기간 목표치인 2%를 밑돌면서 통화정책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준 실무진은 물가 목표제를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안으로는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주장한 물가 수준 목표제(price-level targeting)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주장하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는 아예 명목 성장률 목표제(Nominal GDP targeting)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GDP 성장률 목표치와 연계하자는 것이다.

무어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원자재 가격을 인플레이션에 반영하는 원자재 가격 목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므로 금리를 올리고, 반대일 경우 금리를 내리자는 주장이다.

뉴욕대학교의 마크 거틀러 거시경제학 담당 교수는 마켓워치에 "무어와 케인 두사람보다 더 나쁜 후보자를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둘다 관련 경험이나 자격이 없을 뿐더러 통화정책에 "무지를 보여준 바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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