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지난달까지 다섯달 연속 경기둔화 진단을 내렸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정도를 더욱 키웠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투자와 수출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특히 '둔화 지속'이라는 표현을 '점차 부진'으로 바꾼 것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KDI는 서비스업의 증가 폭이 축소된 가운데 광공업생산의 감소세도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산업생산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월 전산업생산은 설 명절 등으로 서비스업생산 증가 폭이 축소되고, 광공업생산과 건설업생산의 부진도 지속하면서 전월(0.8%)보다 낮은 -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광공업생산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하며 전월(-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보였다.

건설업생산은 전월(-10.9%)에 이어 10.6% 감소해 부진을 이어갔다.

제조업 출하는 감소 폭이 확대됐지만, 재고율은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도체와 기계장비의 재고율이 각각 114.0%와 107.3%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의 111.5%에서 114.5%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역대 최장기다.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생산이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소비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는 등 소비도 썩 좋지 않다.

2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0%를 기록했고, 1∼2월 평균은 1.1%로 작년 평균치 4.3%와 작년 4분기 평균치 3.0%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2월 서비스업생산 증가율도 0.0%에 그치면서 완만한 둔화세를 보였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8로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설비투자 부진은 더욱 심화했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전월(-17.0%)보다 감소 폭이 더 확대된 -26.9%를 나타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3월 자본재수입액은 -24.3%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월의 -35.9%보다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건설기성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감소도 지속하면서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2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부문의 부진이 이어져 전월(-10.9%)에 이어 10.6% 줄었다.

건설수주는 1월에 26.4%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26.6% 줄었다.

수출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

3월 수출은 8.2% 감소해 지난해 12월 이후 넉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KDI는 수출에 대해 지난해 12월 '증가세 완만'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올해 1월과 2월에 '위축'으로 바꾸면서 경고음을 높였고 지난달에는 '부진 심화'로 수위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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