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벤치마크 지수에서 한국 등 신흥국 채권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르웨이 재무부는 1년간의 협의 끝에 주요 이머징마켓을 채권 벤치마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벤치마크에는 회사채와 국채가 모두 포함된다.

이번 결정으로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되는 이머징마켓은 한국과 칠레, 멕시코, 러시아, 태국, 헝가리,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이다. (지난 6일 오전 4시 8분 송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머징채권 비중축소…한국도 포함 기사 참조)

서울 채권시장의 큰손인 펀드가 향후 보유 원화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셈이다.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해 자산을 구성하는 패시브 전략을 구사한다. 원화채가 벤치마크에서 제외될 경우 들고 있던 원화채를 매도해야 추적 오차(Tracking error)를 줄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GPFG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펀드는 총 433억6천600만 크로네(약 5조7천억 원) 어치 원화채를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원화채 보유량은 2016년 말 519억9천500만 크로네에서 2017년 말 454억2천500만 크로네, 2018년 말 433억6천600만 크로네로 축소됐다.

작년 말 펀드의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원화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통화 기준)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다음 여섯 번째로 높았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에 당장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노르웨이 재무부가 마련한 방안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는 데다, 시장 영향을 고려해 매각이 천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 추가된 규정에 오히려 원화채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벤치마크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이머징마켓 채권에 전체 채권 포트폴리오의 최대 5%까지는 액티브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노르웨이가 신흥국을 채권 벤치마크에서 제외한 것은 산유국인 노르웨이와 원자재 수출국인 신흥국의 높은 상관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다"며 "원화채는 사실상 선진국 채권으로 여겨지고, 수익률도 높은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GPFG가 원화채 투자로 거둔 수익률은 3.2%(환율 변화 반영)로, 일본(5.8%) 다음으로 높았다. 일본의 경우 엔화로 본 채권 투자 수익은 0.5%에 불과했으나, 엔화 강세를 반영하자 수익률이 5.8%까지 올랐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펀드가 원화채를 판다면 가격하락을 피하기 위해 조금씩 매도할 것이다"며 "시장에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국가별 국채 보유 규모]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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