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1949년 3월 8일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진그룹을 국내 최대 물류·항공업체로 키웠지만,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별세 이유를 숙환이라고만 밝혔을 뿐 아직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 평소 앓고 있던 폐 질환이 악화하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가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조 회장의 임종을 지켜봤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1974년 한진그룹 미주지역본부에서 직장 생활을 한 조 회장은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쳤다.

1992년 한진그룹의 주력 회사인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후 1999년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2003년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위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형제간 분쟁을 겪으면서 한진그룹의 또 다른 주력 회사인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 메리츠금융을 가져오지 못했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을, 3남인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4남인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금융을 가져갔다.

2013년에는 글로벌 해운업황 부진으로 심각한 유동성 어려움을 겪던 한진해운을 '제부와의 싸움' 끝에 가져오기도 했지만, 결국 경영난에 파산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조 회장은 물론 한진그룹 일가에게 악몽이 시작되는 해로 기억되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진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2018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부상하면서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결국 전 국민의 공분으로 사면서 한진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연결됐다.

조 회장은 물론 일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검찰과 세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타깃이 됐다.

급기야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강화하기로 한 국민연금의 첫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은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다.

11.5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20.55%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주주들이 연합한 결과다.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했지만 조 회장 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1969년 출범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는 166대로 증가했다.

일본 3개 도시 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늘었으며, 연간 수송 여객 숫자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향후 대한한공 등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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