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 돌입…한진 "회사 운영에 만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민재 기자 = 조양호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일단은 그간 꾸준히 경영권 수업을 받아 온 장남인 조원태 대한한공 사장이 3세 경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별세로 어쩔 수 없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미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장남인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빨라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일단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그룹 전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출석 주주의 35.9%가 반대하면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270억원 규모의 배임ㆍ횡령 혐의가 불거진 탓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투자자들도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경영권 행사에도 제약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지난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양호 회장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꾸준히 경영권 승계 수업을 받아온 조원태 사장이 조 회장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하대학교 경영학과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학석사(MBA)를 거친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차장으로 그룹에 처음 합류했다.

이후에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이동했고, 2009년 여객사업본부 본부장(상무)과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전무),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2016년 총괄부사장 등을 거치며 '고속승진'을 지속했다.

15년간의 경영 수업 이후인 지난 2017년 1월부터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공식 행사에 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하며 경영권 승계를 착실히 준비해왔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상속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경영권 분쟁으로 지분율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회장의 보유 주식이 유족에서 상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 주식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조양호 회장은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2.34%, 조현아씨와 조현민씨는 각각 2.31%, 2.30%의 지분을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또 최대주주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이 적용돼 상속세율은 최대 65%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종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진의 경우 조 회장의 지분이 많은 편인데 상속세율 등을 감안하면 상속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KCGI 등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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