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연기금들이 확대하는 사회책임투자(SRI)가 투자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국민연금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으로 책임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으로 점수가 낮은 산업·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더불어 책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책임투자에서 ESG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 관련 조직도 강화했다. 지난 2013년 3월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 내 책임투자팀을 신설했고, 이를 지난해 말 수탁자책임실로 개편했다. 수탁자책임실에는 책임투자팀과 주주권행사팀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국내주식 중에서 책임투자를 하는 금액은 약 22조1천600억 원이다. 위탁 운용하는 국내주식 중에서 책임투자를 하는 금액은 4조5천8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108조9천억 원이다. 국내 주식투자 중에서 책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6%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가 투자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책임투자가 보편화된 해외국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책임투자를 한다고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SRI 펀드수익률이 벤치마크(BM)를 3년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주식운용이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은 수익률과 책임투자 등 2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 안팎에서 그런 고민이 있다"며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책임투자를 실시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연기금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으로 책임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연기금은 ▲무기 생산기업 ▲담배 생산기업 ▲투자 금지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 ▲환경파괴 기업 ▲인권탄압 기업 ▲전쟁으로 개인 자유를 침해하는 기업 ▲온실가스 배출 기업 ▲부패 기업 등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착하지만 투자매력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보다 ESG 점수가 저조한 '나쁜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는 것이 낫다"며 "그렇게 하면 국민연금은 펀드수익률을 결정짓는 핵심종목을 지키면서 BM 대비 수익률 괴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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