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의 투기 의혹에 대한 정치권 공세가 정쟁(政爭)으로 확전될 양상을 띠면서, 자칫 은행권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김 전 대변인이 동작구 흑석동 상가를 매입할 당시 1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KB국민은행에 대해 아직은 별도의 검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만큼 금감원의 입장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소명을 들었지만, 검사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 이외에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의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된 당시 국민은행은 대출 실행을 위해 추정 임대료를 조작해 이자상환비율(RTI)을 권고 수준에 근접하게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정 임대료 역시 외부 감정평가법인의 평가를 기반으로 한 공실에 보수적으로 임대료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도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대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변인의 대출은 지점장 전결 여신으로 취급됐다.

한 시중은행의 흑석동 인근 지점 지점장은 "당시 규제 상황을 고려하면 지점장 선에서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며 "무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이 40%지만, 동작구 인근은 70% 내외라 전후 상황을 고려해도 완전히 무리한 수준의 대출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어느 때보다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에 힘써온 문재인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투기과열지구에 부동산을 샀다는 점은 대출 심사과정에서의 특혜 여부를 떠나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은행은 물론 금감원을 중심으로 김 전 대변인의 대출에 대한 자료는 물론 해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실의 요청도 빗발치는 모양새다.

다음달 7일까지 이어지는 4월 임시국회는 물론 올해 국정감사까지 김 전 대변인에 대한 특혜 대출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입'으로 통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와 이를 도와준 특혜 대출에 대한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면서 "은행은 물론 금감원에 책임 여부와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계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검찰의 수사가 서울 시내 투기과열지구, 은행권의 지점장 전결 여신 취급 사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지점장 전결 여신 취급 과정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정쟁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번 사태가 은행을 향한 좋지 않은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은행이 실행한 이번 대출을 '황제 융자'라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은행의 영업 노하우가 담긴 전결 여신이 이번 사태로 일정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조사 범위가 확대되거나 금감원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별도의 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정치적 싸움에 은행권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에 앞장서고 있는 은행권의 노력이 잘못된 이미지로 한순간에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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