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속 과정에서 한진가 일가의 지분이 크게 줄어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KCGI가 어떤 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9일 "민감한 시기인 만큼 KCGI 측도 향후 계획이나 한진그룹의 경영권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간 언급한대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견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조 회장 장례 절차 등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표명이 가져올 파장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지난주에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율을 13.47%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10.71% 수준이었던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이후 두 차례의 추가 매수를 통해 12.68%까지 확대됐고, 이후 한차례 더 매입에 나서면서 13%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지분율 확대에 더해 최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점도 KCGI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라는 평가다.

한진칼의 최대 주주인 조 회장(17.84%)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상속하는 것이 한진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 차녀인 조현민 전 전무의 한진칼 지분율은 모두 2.3%대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금융권에서는 오너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KCGI 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외부 기관 투자자들의 견제가 여전한 만큼, 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 큰 점도 문제다.

상속세 과세는 조 회장의 별세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씩 총 4개월치 주가의 평균을 산출해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주당 20%의 할증을 곱하면 최종 확정된다.

전일 한진칼 종가인 3만400원을 평균 주가로 보고 대입해보면, 2천억원 수준의 상속세를 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전일 20% 급등해 마감한 한진칼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에도 추가로 5% 이상 오른 3만2천원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가의 상속세 부담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속세 등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업계의 예상대로 조원태 사장 체제가 자리잡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며 "상속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한진가 일가의 갈등이 불거진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그룹 내부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면 KCGI 등 외부 견제 세력 입장에서는 우호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한편,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오너가 구성원들이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오는 10월까지 의사를 표시하고, 상속세 1차분을 납부해야 한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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