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 중단이 유동성을 억제하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자산축소 중단을 완화 신호로 여기는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작업을 오는 9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차대조표상에서는 자산과 부채가 동일한 규모로 유지되기 때문에 연준이 자산을 줄이면 부채도 감소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 몇 년간 부채 항목 가운데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은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의 지급준비금 규모는 2014년 2조8천억 달러였으나 올해 1월 1조6천억 달러로 줄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하면 지급준비금도 1조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이는 유동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지급준비금은 은행 대출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로"라며 "지준금을 1조 달러가량으로 묶어 놓은 이후부터는 대출이 나가는 걸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이) 선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는 유동성 팽창을 막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WSJ 등 외신도 자산축소 중단의 원인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지급준비금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시장 운영을 위해 실질적인 완충(buffer)이 되는 수준으로 지급준비금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월 미국 상원에 출석해 1조 달러 이상의 지급준비금이 '합리적인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9월 자산축소 중단을 실제로 이행하면 미국과 국내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형 연구원은 "9월 이후 연준이 지급준비금 수준을 유지하고, 화폐 발행량도 늘리지 않는다면 이을 통한 은행의 대출이 멈추는 것"이라며 "현재 (경기) 조건이 유지된다면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은 그동안 연준의 자산축소 중단을 완화적인 의미로 해석해왔지만, 연준이 대차대조표상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확장 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관계자는 대차대조표 축소 중단을 유동성 '동결'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억제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9월부터는 자산과 부채가 그 시점의 규모만큼 상당 기간 유지가 된다는 것은 맞다"며 "다만 연준이 긴축으로 가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준 총자산 규모. 단위 : 백만 달러. 출처 :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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