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밤새 1만 킬로미터를 날아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마주한 펀드매니저가 놀라 물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기업설명회(IR)를 위해 처음으로 호주를 찾았다. 멜버른에 위치한 운용자산(AUM) 10조원 규모의 자산운용사는 업계에서도, 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투자자는 아니었다.

멜버른은 대도시지만,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곳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호기심만큼의 애정이 생길 법했다.

개인연금시장이 발달한 호주에서 조 회장은 오랫동안 신한의 주주가 돼 줄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신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투자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며 펀드매니저의 질문에 대답했다.

미국 하버드를 졸업하고 이제 제법 좋은 주식을 볼 수 있게 됐다는 30대 중반의 젊은 매니저와 조 회장은 꽤 긴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때, 매니저의 포트폴리오에 신한지주 주식은 없었다.

하지만 '2020 프로젝트'는 알았다. 조 회장이 보낸 300페이지 분량의 책 덕분이었다. 신한지주는 IR 전 잠재된 모든 투자자에게 신한의 히스토리가 담긴 책자를 보낸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1년이 아닌 앞으로 3년의 성과를 약속하고 돌아왔다.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단 3년 뒤 총자산순이익률(ROA)을 자신했다. 유연한 자본정책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올해 IR를 위해 한 차례 더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리딩 금융 지위를 다시 찾았다.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덕에 늘어난 자산으로 미래 수익성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실시한 자사주 매입까지 마무리했다.

다시 그 펀드매니저를 만난다면 모든 면에서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켰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간 조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중 해외 IR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취임 첫해에는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주요 주주들을 챙겼다면, 지난해부터는 개척되지 않은 시장에서 새로운 주주를 찾고 있다.

최근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7.22%. 여전히 미국과 영국 투자자 비중이 크다. 하지만 지난 일 년 새 싱가포르와 호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모두 조 회장이 다녀온 곳들이다.

조 회장은 오는 14일 미국과 캐나다 출장길에 오른다.

캐나다는 첫 방문이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연금시장이 발달한 만큼 토론토와 몬트리올의 교직원연금 등 연기금과 다수 자산운용사를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미국 역시 취임 첫해 가지 않은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서 잠재된 투자자를 만날 계획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CEO의 말은 곧 약속"이라며 "조 회장이 신뢰 게임에서만큼은 지는 것을 싫어한다. 투자자들도 그 부분을 가장 좋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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