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1년 전에 '연금사회주의'를 두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분명한 오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장관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신뢰를 쌓으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금사회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초기에 이 같은 진통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강화하면 연금사회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8일 '2018년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 회의록은 지난해 3월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장관은 "일각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라고 우려한다"며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과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것"라며 "이 때문에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연금 자본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며 "특히 기금운용위원회 논의를 통해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검토·결정한다. 수탁위 위원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수탁위는 14인 이내로 구성되며 위원 임기는 2년이다.

수탁위에는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와 책임투자 분과위원회가 있다.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박능후 장관의 기대와 달리 연금사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지분 11.7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 반대 등의 영향으로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우하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금사회주의라는 지적이 옳지 않다면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등을 강화하면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비슷한 우려가 있다"며 "국민연금 수탁위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면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탁위에서 비재무적 위험을 평가하는 전문가를 뽑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한 사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라며 "연금 사회주의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의결권 행사가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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