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을 두고 금융당국 수장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서 수용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고, 경영난의 책임을 물어 총수 일가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라는 압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종구 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금호)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인지 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퇴진을 공언한 박삼구 금호 회장이 경영에 다시 복귀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음에도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한다고 하는데,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도 감안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산은이 5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준다면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를 달성하겠다는 금호의 계획에 대해서도 "30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 상황에서 3년을 더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자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산은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려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구안을 금호가 내놔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금호가 막상 제출한 자구안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기저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차입금이 약 4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이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점이 닿아있다.

특히 지난 2017년 말 720.25% 수준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14.85%까지 높아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성 차입이 디폴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셈이다.

또 채권자 중에는 개인 투자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금융권의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본 셈이다.

지난 6일 만료될 예정이었던 '재무약정개선기간'을 1달 늦춰준 것도 결국 금융시장이 받아들일 만한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배려였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구조조정 전문 회계사도 "이번 자구안에 금융권의 우려를 잠재울만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삼구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룹 오너 차원의 희생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그간의 전례에 비춰볼 때 총수의 경영권과 관련된 리스크도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회장이 경영 포기를 다시 한 번 못 박았지만, 이는 결국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단 기존 제시된 재무약정 이행 기간(3년)도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칫 대주주의 재기를 위한 시간으로 잘못 활용될 수 있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저지를 위한 '시간끌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채권단은 금호의 강도 높은 자구안이 없는 상황에서 금호가 요청한 5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경우 결국 빚갚는데만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총수 일가의 경영 실패를 채권단이 대신 뒤집어 쓰는 꼴이 될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이유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유동성 문제를 초래한 일차적인 원인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가장 우선적인 해결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