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해외 경제 둔화로 일본 경기가 미묘한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달 말 발표되는 일본은행(BOJ)의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지적했다.

지난 3월 금융정책 결정 회의 이후 나타난 일본은행의 정보 발신 혼란이 수습될지 여부다.

이 '혼란'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것과 회의 당시 정책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요약본인 '주요 의견'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되면서 발생했다.

구로다 총재는 3월 기자회견에서 해외 경제 전망에 대해 "많은 정부와 국제기관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올해 후반 중국이나 유럽의 성장률이 회복된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이미 상당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향후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결정 회의 요약본에서는 해외 경제에 신중한 의견이 눈에 띄었다.

일부 위원은 "해외 경제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하고 있어 여러 위험으로부터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고, 글로벌 경제가 올해 후반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데이터가 축적될 때까지 잠시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외 경제 둔화와 관련해 "우리(일본)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두터워지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신문은 이처럼 구로다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과 요약본 사이에 온도차가 발생한 것은 총재가 여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정책위원회(총재와 부총재 2명, 정책심의위원 6명)를 이끄는 의장, 정책위원, 집행부 수장이 바로 그 역할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책위원회 의장이다. 일본은행 정책은 정책위원회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각 위원의 다양한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한 의장의 발언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신문은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도 위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한 것이어야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때에 따라 개인적인 견해나 집행부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는 구로다 총재의 3월 기자회견 발언이 정책위원회 전체의 평균적인 견해보다 좀 더 낙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시장에서 추가 금융완화 관측이 강해지는 것을 차단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신문은 이달 금융정책 회의 이후 총재의 발언과 정책위원회의 견해가 경기 낙관론으로 일치할지, 아니면 향후 위험에 대한 경계로 기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문은 총재와 위원회의 견해차가 그대로 유지될지도 관심이라며, 이는 향후 정책 운영을 내다보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 금융정책 결정 회의는 오는 24~25일 열린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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